호주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결심한 것이 당분간 절대 여러가지에 대해 너무 깊은 생각(철학적인)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었습니다. 아직 낯설은 곳에서 어떤 일/사물에 심각해 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내 정신건강에 좋지 못할 것 같기에 가급적 좋으면 좋은 거구나, 나쁘면 이건 좀
나쁘구나 그렇게 무감해 지려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런대 요즘 슬슬 약간 심각해지려 하네요.
한국분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또 Tape에 영어 배우러 다니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왜 왔는데? 어떻게 왔는데? 뭐 할려고 하는데? 입니다. 거짓말 쪼금보태서 한 50번 대답을 하다보니 별안간 문득… 진짜 내가 왜 여기 호주에서 살기 사작한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심각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남편이 원하기도 했지만 어찌저찌하다 얼떨결에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 행동으로 밀어부쳐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그러기에는 사건의 시작과 그런 결심을 하게 된 동기나 계기등이 있었겠지요? 무엇이었지?
골드코스트에 오니 저처럼 이민을 온 분들보다 유학으로 오신 기러기 가족이 참 많이 보입니다. 그 분들은 당연히 아이들 공부를 위해 여기와 계신 거겠지요. 또 저희보다 어린 20-30대분들은 유학 후 이민 등을 목표로 여기 와 계시기도 하구요. 딱히 저희는 이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과고 나 외고를 가야 한다거나 그런 열정도 없었고 우리 부부 인생에서 아이들을 위해 이민을 결심할 정도로 그렇게 희생적인(?) 착한 부모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맞벌이 한 부부니 먹고사는 것도 여기 호주보단 한국이 더 편하다면 편하겠지요. 여기서 처럼 저소득자 카드 같은 것 받을 이유도 없는 오히려 세금 가장 많이 뜯기는 월급쟁이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니 정말 그냥 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취직, 결혼, 출산, 육아, 승진,영업실적, 사회적인 성공, 부모봉양, 기타 인간관계… 하루 24시간 365일 가끔은 주말도 없이 날밤도 세워가며 착한 아들딸로, 며느리로, 좋은 엄마아빠로 동생으로 언니로 선후배로 그렇게 20년을 너무도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정말로 그냥 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딱히 그냥 다 때려치기에는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기도 그렇고 또 때려친다고 안 할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 널려있기에..너무도 명분 좋은 이민이라는 방법으로 그곳을, 그 공간을 탈출한 것이 아닌가….
또 다른 한가지는 너무 현실에 안주해 있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제 모습에 스스로 권태로왔던 것 같습니다. 직장 5-6번 바꾼 경력이니..ㅋ.. 저의 진득하지 못함이 쉽게 무언가에 실증을 느끼는 성격 탓에 왠지 새로운 곳 미지의 모르는 세상에 가면 뭔가 특별할 것 같은 그런 상큼함이랄까? 뭔가 도전해볼 것이 많을 것 같은 희망이랄까? (ㅋ 나이는 생각하지도 않고 아직도 20대인냥 말입니다.) 그러나..늙긴 늙었나 봅니다. 불과 도착한 지 4개월..영어 공부도 잘 안되고 올 때의 그 용기는 어디로 온데간데 없고 이렇게 집에서 한국 드라마나 잔뜩 보고 있는 걸 보면 그냥 이렇게 몇 년이 가도 살고 있을 듯.. 미래의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씁쓸하네요..)
그래서 지금 저희는 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여기 호주에서는 그냥 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골드코스트가 좋습니다. 강요되지 않는 나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이 자유로움이 좋습니다. (누구로부터? *^_^*)아는 사람 없고 가족도 없고 좀 쓸쓸하지만 우리 가족은 더 없이 함께 뭉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도착하니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생기네요. 그래서 또 해결책을 고심합니다. 자꾸 애들을 보내려는 시댁식구들과의 문제, 자잘하게 한국에 벌려놓은 마무리 되지 않은 일들, 영어와의 전쟁, 아이들의 학업문제(오히려 이건 더 걱정이네요.한국방식은 저희가 알지만 여기는 도통 모르니..), 새로운 이웃들과의 인간관계, 평생 안쓰던 가계부 쓰며 생활비 아끼느라 바들바들대는 …ㅋ 인생 다 그런 것이지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지 않겠나요? 세상 공짜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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